
2월 25일 ~ 26일 이틀간 출장을 다녀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생각보다 강렬했다. 그렇기에 시간 순으로 나열해보고자 한다.
20일 오후
갑작스럽게 출장을 가야 된다는 얘기가 오가고 그 이후에 해당 고객사에 내가 배정이 되었다. 상사분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업무 설명을 듣고 어떻게 해야 될 지에 대해서 계획을 세웠다. 갑작스럽게 잡힌 출장이었지만 업무는 비교적 쉬워 보였었다. 혹시 몰라 주말 중 하루를 반납하고 테스트해보며 잘 될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니 확신했었다.
25일 오전 ~ 오후 1시
업무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찬 나는 첫 출장이지만 여행가는 기분이었다. 고객사에 도착 후 해당 상황에 직면하기까지 말이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알아놓은 토종순댓국집에 들어가 점심 식사를 했다.
25일 오후 ~ 퇴근
고객사에 도착하자마자 큰 이슈가 들어왔었고 나는 사전에 알지 못하였다. 해당 고객사 담당자에게 구두로 전해들었고 아직 프로세스에 대해서 미숙한 나는 담당자에게 수차례 내가 듣고 이해한 것이 무엇인지를 메모에 남겨 확인을 받았다.
그 큰 이슈가 이틀간 나를 옥죄었다. 내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긴장된 상태에 복잡한 상태이다보니 "하면 안 되는 것"을 난 해버렸다.
장애를 내버렸다.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타 담당자 분께서 "해당 사이트가 끊겼다"라고 말씀하시고 담당자분께서는 나에게 뭐 작업하는 게 있냐고 바로 물어봤다. 그때 정신이 바짝 들며.. "죄송합니다. 이래저래 해서 해당 부분 ~ 이렇게 조치했습니다."라고 사과를 재차 했다. 담당자님께서는 이미 엎질러진 물. 장애 보고서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담당자님께서는 그렇게 큰 장애는 아니지만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서는 장애보고서가 필요하다 식의 요청을 해주셨다.
25일 저녁
고객사 퇴근 시간 보다 좀 더 늦게 나왔다. 나오자마자 드는 생각이 '숙소를 잡아야 되겠다'가 아닌 '내일은 하루종일 있어야 되는데.. 큰일 났네'였다. 그렇게 한숨을 쉬며 착잡한 마음을 부여잡고 밤공기를 마시며 '어쩔 수 없지.. 일단 밥이나 먹자'하며 지도 앱에서 돈카츠 집을 찾아 돈카츠를 먹게 되었다.
첫 출장이면서 출장지에서의 첫 저녁이다.
다른건 모르겠고 고구마 돈카츠가 너무 맛있었다.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출장 가서 먹어보고 싶은 맛이랄까..
그렇게 저녁을 먹고 선임 분께 추천 받은 숙소지에 도착하여 인포데스크에서 예약을 걸고 사장님께 연락해 객실 키를 받고
체크인했다. 기분 좋은 향이 나고 깔끔한 시설의 숙소에 놀랐다. 그리고 잠시 쉬다가 업무 했던 것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6일 오전
어제 점심에 먹었던 피순대국을 한 번 더 먹고자 체크아웃 후 발걸음을 옮겼다.
고객사에 도착 후 큰 이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내가 일으킨 장애 분석을 했다. 원래 하기로 했던 업무들 포함해서 진행했다.
26일 오후 ~ 퇴근
근처 분식집에 들러서 대충 끼니를 해결했던 것 같다. 극도로 긴장된 상태로 업무를 하다 보니 밥이 제대로 넘어가질 않았다.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오늘 안에는 끝낼 수 있는지'와 같은 걱정과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주로 가는 고객사에 계신 선임분의 말씀이 이해가 되는 날들이었다. 그분께서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항상 내게 장난 반 진심 반 섞어서 "펄씨 저 집 가고 싶어요" 혹은 "소화가 안 되고 머리가 아파요"라며 얘기하신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묵묵히 일을 수행해 내신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들어가 오전에 못다한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끝마무리를 하고 퇴근 시간이 다되어서야 나왔다. 하지만 똥 덜 닦은 느낌이었는지라.. 상사분께 상황을 공유드리고 서울행 열차를 예매했다.
26일 저녁~
장애 분석은 완료가 되었고, 정리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일단은 한시름 놓았다.
선임분께 추천받은 저녁 메뉴를 보며 해당 가게로 이동했다.
사장님께서 맛있게 먹으려면 간장 위에 올려진 계란을 섞고 그 소스에 회를 콕 찍어 먹으라고 하셨다.
해당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찍어 먹기 보다는 소스의 절반 이상을 비빔밥에 부어서 먹었다.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며 저녁을 즐겼다.
해당 가게와 역은 상당히 가까웠다. 걸어서 가니 기와집으로 되어있는 전주역이 나왔고 대략 30분간 기다려서 기차를 탔다. 그렇게 집에는 밤 12시가 넘어 귀가를 했다.
출장을 다녀오며 느꼈던 것에 대해서 얘기해본다.
고객사에 홀로 계신 선임분들을 보며 다시 한번 존경하게 되었다. 업무를 혼자 보다 보면 고객사의 여러 담당자들이 수많은 업무를 던져주면서 수시로 질문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담당자들을 잘 상대하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 담당자가 질문을 할 때면 나는 그 일을 멈추고, 담당자의 말에 경청을 하고 정리하며 담당자에게 다시 여쭤본다. "담당자님이 말씀해 주신 부분이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렇다. 말씀하신 게 맞으시냐?" 라며 정리 후 진행하던 업무를 마저 처리하거나 우선순위를 두어 처리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담당자가 나에게 질문을 할 때, 나는 목소리를 떨며(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혹은 말끝을 흐리며 "저도 해당 부분에서는 잘 모르겠으니, 내부에 여쭤보고 답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며 답변을 했다. 이게 한 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지속되다 보니 '나는 아는 게 있는 것일까?', '너무 모르는 게 많다' 라며 자신감이 땅에 떨어지게 된 것 같다.
다녀오고 난 다음날 바로 교육 평가(일명 평가 시험)가 있었는데 장애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강박감에 평가 또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로 가는 고객사에 출근을 했을 때 해당 선임분께서 왜 이렇게 우울해 보이냐고 했었던 게 기억난다. 그분 눈에도 출장 다녀온 뒤의 확 달라진 나의 표정이 보였었던 것이다.
그 여파가 3월 4일까지 진행됐다. 출장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되던 날에야 풀리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정말 불행했던 날들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틀간 힘들었지만, 하면 안 되는 것들을 마음에 새겼고 덕분에 작업할 때마다 담당자에게 여쭤보는 습관이 생겼다.
기존에는 선임 혹은 PM님들과 같이 있으며 진행했던 업무를 오롯이 혼자 업무를 보면서 개발 부서 분들과 문제의 원인 분석을 하며 담당자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협의하며 진행했다.
친절하게 알려주시며 같이 장애 분석을 해주신 개발 부서 분들과 우리 부서 분들, 그리고 장애를 일으킨 나에게 화를 삼키시고 침착하게 말씀해 주신 담당자님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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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즐거운 펄의 스페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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