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2학기에 나는 복학했다. 그리고 과 내에는 예쁜 여자애가 있었다. 첫눈에 반했달까.. 나는 복학생, 그녀는 재학생.
그녀는 단발에 청순의 분위기를 풍기었고 음악 취향은 재즈 혹은 인디, 음악의 장르 또한 마이너 했다. 그리고 그녀가 욕 하는 것을 보질 못했다. 아니다. 교수님이 시험범위를 갑자기 변경했었을 때 한 번 정도는 했던 것 같다.
나는 칙칙했고 욕도 많이 했고, 음악은 주로 EDM, House, pop을 들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도 이야기를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그녀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무언가.. 그 무언가가 나는 절실히 필요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생각해 보고 도출된 결론은 공부였다. 그녀는 뭔가 모를 때마다 남녀 구분 없이 물어봤었다. 그렇기에 공부를 해야만 했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중. 고등학교 때는 하지도 않았던 공부를. 그녀를 좋아하던 그 시절에는 어떻게 열심히 공부했는지 모르겠다. 죽어도 하기 싫은 C, 수학, 물리, 물리실험, 영어 1학년 수업에는 내가 싫어하는 과목들이 다 있었다. 그때 당시에 빨리 2학년이 되고 싶었다. 2학년 커리큘럼에는 수학, 물리 이런 과목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다녔던 학원 영어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선생님은 공부를 안 하고 노는 날 볼 때마다 "암기력은 뛰어난데 왜 그 머리로 공부를 안 하고 놀기만 하냐. 안 쓸 거면 나 줘라" 라며 했었던 그 지적이던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있었다. 단어 시험을 300개를 치르는 날이었다(일주일 전에 이미 예고된 상태). 시험 치는 당일날까지 같은 학원 친구들과 놀다가 친구들 중 한 명이 오늘 단어 시험 20개 이상 틀린 애들은 일주일간 강제 야자(야간 자율학습)라고 선생님이 그러셨다는 거다. 남은 시간은 1시간 20분.. 같이 놀던 친구들은 포기하고 그냥 놀자고 했었다.
나는 될 것 같았다. 이전부터 단어 100개씩 시험 볼 때에도 나는 단순 암기력을 사용해서 시험에 통과했었다. 그러기에 1시간 20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바로 PC방에서 나와 학원 자율학습실에서 300개 단어를 통으로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17개를 틀렸고 야자를 안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도망쳤겠지마는..
단순 암기력을 좋아하는 그녀와 대화하고 가까워지기 위해 싫어하는 과목을 공부하는 데에 썼다. 사랑을 위해 공부한 것과 같다. 단순 암기력으로 안 되는 부분들, 그렇게 싫지 않은 부분들이라면 통째로 외웠다. 나는 그녀를 위한 백과사전이 되었어야 했다. 그렇게 사랑을 위해 날밤도 새보고 코피도 나보고 그랬다. 그렇게 중간고사를 보고 성적이 나왔다. 처음 보는 점수였다. 그리고 일부 교수님들도 "OO학생, 이번에 성적이 좋던데 나와서 이거 한 번 설명해봐요~"라며 치켜세워줬다.
그 덕분에 그녀와 과제와 시험공부 같은 걸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간혹 일상 얘기도 하며..
기말고사를 치르고 학점은 4점대의 학점이 나왔다. 직전 학기의 학점은 3점 초반 거의 1점이 오른 것이다.
그녀를 위해 공부했던 과목들이다. 교선도 우연히 같이 들었었다.
그렇게 학교를 나오지 않는 방학에도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2학년 1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나의 공부는 끊이질 않았다.
그녀가 곤란해하면 나서서 막아주는 방패가 되기도 하고, 그녀가 아프면 증상에 따라 효과가 있는 선물을 주기도 하고, 그녀가 말로 상처를 입었을 때는 위로도 해줬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에 대해서 실망했다. 그리고 그녀가 듣는 음악을 열심히 들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이 음악은 왜 듣는 건지..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나는 반응했다. 습관처럼 나오는 욕도 하지 않았다..
나는 패션에도 신경을 썼었고, 그녀 덕분에 체중도 19kg가량 감량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준비해야 했었다.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방학.
고백을 할지 말지에 대해서 엄청나게 고민했다. 지금은 친구이지만,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하면 껄끄러운 사이가 된다. 그 시나리오를 감당할 수가 없었을 것 같았다. 짝사랑 마음 앓이.. 꿈에서도 그녀가 종종 나왔기 때문에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다.
2학년 2학기.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좋아하는 감정이 인내심의 한계를 돌파했다.
나는 학기가 시작되고 그녀에게 고백을 했었다. 그때를 다시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거절이었다. 그녀는 거절할 때에도 예쁘게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마음씨 곱고 예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할 줄 알았어" 하며 신경을 안 썼지만.. 그날 밤부터 내 마음은 찢어졌다. 사랑을 위한 공부였기 때문에 그날 이후로 공부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군대도 가야 됐었기 때문에 도피처로 군대를 선택했다. 종강하는 주 월요일에 나는 입대를 했다. 그렇게 나의 대학 생활의 처음이자 마지막 이성에 대한 감정이었다. 다른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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