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흘러 5년이 지난 2023년 10월.
취업을 핑계로 더 놀고 싶었던 나는 국비를 다니기로 했다. 클라우드 관련 국비였다.
졸업 작품 프로젝트 때 인프라 및 배포를 해본 적이 없던 내가 리눅스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온전히 내가 담당했고..
자동화를 위해 무지하게 고민했었고 해내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클라우드를 배우면 조금 더 인프라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자동화 배포에 대해서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싶어 듣게 되었다.
그렇게 다니게 된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커리어를 전환하기 위해 오신 분, 나처럼 그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도움을 받아 취준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던 분, 이쪽 업계가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오신 분 등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자기 얘기는 타인에게 하지 말아 달라고 했기 때문에 추상적 혹은 애매하게 말을 할 수도 있다. 또 기억이 부분만 생각나다 보니 다를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녀를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은..
처음부터는 아니다. 나는 처음에 그녀를 존경 혹은 동경의 느낌으로 바라보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공부..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그녀는 열심히 수업을 듣고 동시에 블로그에 글을 쓰며 공부했다.. 나에게는 없던 것. 나는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부러웠다.
내가 기억하기로 첫 프로젝트 자리 배정이 그녀의 바로 옆자리였던 것 같다.
원래는 옆자리에 다른 분이 계셨었는데 그 분이 취업했다고 하고 나갔다. 원래는 떨어져서 앉다가 무슨 이유로 옆자리로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녀는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대부분 물어봤었던 것 같다.(그녀가 생각하기엔 아닐 수도 있다. 단순히 내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이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처음에는 많이 귀찮았던 것 같다.
그녀는 감정이 풍부했다.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쉰다거나 혹은 화도 내고, 슬프면 울기도 했던, 웃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이 사람 감정을 다 드러내서 재미있다."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간간히 놀리기도 했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때 그녀는 쿠키를 구웠다며 사람들에게 하나씩 줬던 게 생각난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적당히 달짝지근한 쿠키..
첫 프로젝트가 끝나고 두 번째 프로젝트를 위해 자리 배정을 다시 했다. 그녀와는 다른 조로 배정이 되었다.
조용하고 공부하기는 편한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그냥 이런 감정이 들었다. "허전하다." 첫 프로젝트 자리 배정 때 그녀가 있어서 분위기가 밝았었던 것 같다. 추후에 모의 면접 볼 때 "본인이 상큼한 비타민 C"라고 했었을 때 피식하고 웃었던 것 같다. 근데 맞는 말이다. 그녀 주위에 있으면 밝아지는 것 같다. 사람이 재미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
두 번째 프로젝트하는 조는 뭔가 조원들끼리의 소통도 그렇게 없었고 재미도 없었다. 다 따로 노는 느낌..
그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었다. 그녀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꼈던 것이 그때부터였던 것일 수도..
그녀를 보고 싶어 스터디를 중도에 참여한 것 같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스터디를 하게 된 것 같다.
그 스터디에는 발표가 있었다. 한 챕터마다 실습이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 해본 거 혹은 느꼈던 걸 발표하는 스터디였다.
나는 발표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예전부터 발표한다고 교단에 서면.. 머릿속의 지우개가 내 뇌를 백지화시켰다.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었기 때문에 발표 잘하는 친구한테 발표를 떠넘겼었다.
발표를 할 생각에 고통스러웠지만 괜찮았다. 밝고 재미있는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상관없다.
나는 극도로 긴장하면 장이 안 좋아진다. 타인이 봤을 때는 약골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게 약골인가.. 맞는 것 같기도..
내가 발표할 챕터가 다가온 당일. 나는 발표를 너무 하기 싫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진 것. 스터디원들도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보고 발표 두 번째 프로젝트 끝나고 하라고 그렇게 내 편의를 봐줬다. 그렇게 나는 집에 돌아갔고 집에 와서는 긴장이 풀리기 때문에 괜찮아진다.
그 이후 스터디원들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는 죄책감에 아마 내가 스터디원 전체에게 샌드위치였나 핫도그였나.. 돌렸던 것 같다.
또 긴장해서 아팠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은 두 번째 프로젝트를 열심히 하고 있던 날이었던 것 같다.
운영진들이 먹고 힘내라고 딸기라떼를 줬었던 것 같은데.. 그때가 아마 발표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토할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그녀를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딸기라떼를 주고 집으로 갔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빠르게 지나갔다. 내가 봤을 때도 산출물이라기보다는 그냥 수업내용을 복습한 거에 지나지 않았다.
세 번째 프로젝트 때 그녀를 다시 같은 조로 만났었는데.. 나에게는 정말 행복이었다.
간간히 그녀가 나에게 "OO아 너는 누나 좋아하면 안 된다~" 이렇게 말했을 때는 마음이 좋진 않았다. 나이 차이도 있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녀는 나보다 커리어가 좋았고.. 그녀는 나에 비하면 인기가 많았고.. 빠르게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냥 그 이후로는 "친한 누나 정도로 생각하자"는 느낌.. 그녀 또한 나를 그냥 친한 동생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니 신경은 썼다.
그녀가 우울해 보이면 위로도 해보고 말도 들어줬던 것 같다. 그냥 친구로서 옆에 있었다.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행복했었고.. 나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녀는 국비가 끝난 후 바로 취업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현실에 안주했다.. 내가 취업하기 전까지는.. 여기서만 봐도 나는 아직 그녀의 발끝에 미치지도 못한다.
그래도 종종 연락하고 지냈던 것 같다. 내가 백수라 뭘 해줄 수도 없는 상태였고..
그렇게 날이 빠르게 흐르고, 8월에 최종 합격 문자를 받아 9월에 입사가 예정이 되었다.
그녀와 식사를 하게 된 건 8월 말이었다. 아마 내가 예비군을 갔다 왔을 때였던 것 같다. BX에서 파는 화장품을 샀던 것 같은데 그거 전달해 줄 겸.. 근황이 궁금해서 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약속날 그녀는 여전히 밝고 예뻤다. 회사 얘기, 일상 얘기, 국비 다니면서 친했던 분들 근황 얘기하고 헤어진 것 같다.
그녀와 헤어지는 것은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또 만남이 있을 거니.. 괜찮았다.
그렇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고 종종 일상 얘기들로 그녀와 이야기를 이어갔던 것 같다. 그녀 외에 친하게 지낸 형 혹은 지인들에게도 일상 얘기하면서 관계를 지속했다. 연락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관계가 멀어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적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대부분의 돈이 적금으로 들어갔다.
월급의 80%를 적금에 묶었다. 내 과소비도 막을 겸 해서 말이다.
나는 지인들 만날 때 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많은 돈을 들고 있을 필요도 없었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부족하면 부모님에게 대출하고 매 달 갚으면 되긴 했다. 부모님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부모님에게 감사한다.
지인들을 종종 만나면 토픽이 취업, 연애, 결혼 후였다. 이 토픽들의 공통점이 돈이다.
대학을 다닐 때는 꽤 친했었지만 지금은 연락을 안 해서 연락이 끊긴 여사친이 했던 말. "오~ 이 누나가~ OO이 소개팅을 해줄까?" 그때는 군대를 들먹이며 피했었다.
지금은 "소개팅해볼래?" 하면 전과는 다른 이유로 안 한다고 한다. 물론 내 몸뚱이가 항아리 몸매인 것도 있긴 하지만..
내 능력이 부모님에 비해 한참 떨어지고.. 내가 봤을 때도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내 지인들 중에서도 여럿 그랬다. "내 몸 건사하기도 바쁜데 무슨 연애에 결혼은.."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던..
작년 10월에 적금을 하도 많이 들다 보니.. 구글 디스커버 알고리즘에 "사회초년생은 1억을 빨리 모아야 한다"라는 아티클이 보였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그중 1억 모으기까지는 힘들지만 그 이후 2억, 3억 만들기는 수월해진다는 것이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야겠지만 그걸 따지지 않는다면 이자가 점점 붙기 때문에 맞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2년 반이면 1억이라는 돈이 모인다. 이건 단순히 연애를 안 했을 때의 얘기가 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해주고 미안한 감정밖에 안들 것 같아.. 이런저런 이유로 소개팅을 피해왔다. 그리고 내 지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연애할 때 명품백 사주고 차 사주고 그럴 건 아니잖아. 뭔 걱정이야 대체~ 에횽 병이다."라며.. 맞는 소리다. 그럼에도.. 만나면 맛있는 걸 사주고 싶고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그 이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과연 그때는 충분한 돈이 모여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나를 막아선다.
아직까지 그녀에 대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소개팅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다.
다가갈 순 없지만.. 친구로 남고 싶다. 단지 나는 바라볼 뿐이다. 그녀가 아프면 마음이 쓰이니 신경을 쓰는 편이다. 또 그녀가 고민하면.. 같이 고민한다. 그녀가 위로가 필요한 상태라면.. 위로를 해줄 뿐이다.. 다정하다는 가면에 내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것이긴 하다. 단지 그녀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그녀와의 시시콜콜한 대화로 나는 하루하루를 웃으며 살아갈 뿐이다.
작년까지 목표 없이 살아왔고 이번년도에 작은 목표들을 키우기로 했고 하루하루 실천하기로 했다.
시작은 위태하더라도 후에 돌아봤을 때 위대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말이다.
내 작은 목표들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는 인생의 동반자와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 작은 목표들을 하나로 쪼개어 보면 하루에 짧게는 10분 내지 길게는 30분이 걸리지 않는 행위이고 의지력이 많이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에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래 갈거라 본다. 기존과는 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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